그날은 특별히 맑았던 하늘 아래, 사람들은 모두 잃어버린 감정을 찾기 위해 ‘감정 박람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곳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감정, 희로애락이 사라지고 조용히 식어버린 마음들이 모여, 새로운 시작을 위해 희망을 되새기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한 사람의 마음이 깊게 찢어진 채, 감정을 다시 찾기 위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용기를 내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날, 주인공 열아홉의 민오는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는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감정은 자연스럽게 소실될 수 있지만, 연습과 인내를 통해 다시 되찾아올 수 있다는 것, 바로 그 ‘연습’이 감정의 회복을 이끄는 열쇠라는 것을.
민오는 작은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었다. 그는 오래전, 첫사랑의 설렘과 깊은 그리움을 잃어버렸다. 어릴 적엔 언제나 주변에 있던 용기와 자존감이 어느새 세계의 무게에 짓눌려 사라졌고, 행복하던 순간이 마치 희미한 그림자처럼 배경에 물들어버린 것 같았다. 어딘가 잃어버린 것 같은 감정을 찾기 위해 그는 ‘감정의 미로’라는 코스에 들어섰다. 미로 안은 불투명한 안개로 뒤덮인 듯했고, 때로는 일렁이는 그림자들이 자신을 속이려 드는 듯 헷갈리게 했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깊이 들이켰다. 속으로 다짐했다—“감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내가 연습을 해야 해.” 그의 마음속에 작은 빛이 깜빡였다. “감정은 말을 통해서만 돌아오는 게 아니야. 언어를 연습하듯이, 감정을 다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해.”
그는 곧바로 ‘감정 표현의 연습 부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새로이 배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들이 만득이 준비되어 있었다. “감정을 말하는 대신, 그림으로, 음악으로,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아.”라는 안내 멘트에 따라 민오는 작은 종이와 연필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어색한 손길로, 마음속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선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그의 손끝에 스며든 그림은 이상하게도 어둡거나 무거운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희미한 기운이 깃들었고, 일련의 선들이 조금씩 더 색채를 띠며 나아갔다. 민오는 깨달았다—‘감정은 연습을 통해서만 깨어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내면의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임을.’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용기와 기쁨, 심지어 조금은 무거운 슬픔까지도 그림 속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몇 차례씩 웃음이 피어올랐고, 잊고 있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오는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그는 이제 ‘감정을 연습하는 것’이 단순한 치유의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기억하라, 감정은 언어와 달리 어휘의 제약 없이 늘 우리의 일부였다.”라는 강연이 끝난 후, 그는 작은 일기장을 꺼내 또다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미로를 빠져나오는 동안, 어떤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리곤 그것을 무작정 억누르거나 피하는 대신, 천천히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감정을 바라보는 눈이 서서히 맑아지고,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이 조금씩 기억 속에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오는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작은 강물처럼 희미하게 흔들리던 감정들이, 이제는 확고하고 선명하게 자리 잡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순간, 감정을 다시 찾기 위한 마지막 강이 있었다—바로 ‘용기의 부스’. 줄거리를 따라 몇 발자국 더 나아가며, 그는 이전보다 훨씬 용기있게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마음속에 피어난 작은 씨앗은 이제 본격적인 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의 감정 회복 여정은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 하지만 민오가 완전히 감정을 되찾았는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였다. 오히려, 그는 깨달았다—감정은 한 번 찾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작은 연습과 성찰, 그리고 조금씩 감정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이제 바깥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떤 감정이 더 필요하거나, 새롭게 떠오르는 감정을 마주할 때마다, 그것을 언어로 말하는 대신 그림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해야 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민오는 작은 기지개를 켜며 자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부터 감정도 나를 위해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리고 그 연습이, 언젠가 내 인생 전체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야.”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감정을 잃지 않겠다는, 하지만 만약 잃어진다면 다시 찾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의 뒤로 미로는 점점 사라지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갈 각오와 설렘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한 기대를 품으며, 그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