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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잃은 아이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기쁨의 잔해

따스한 햇살이 부드럽게 비추는 맑은 아침, 어느 평화로운 마을의 한 구석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장소, 바로 ‘감정의 잃어버림 박람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은 특히나 아주 작은 아이가 이곳을 찾는 날이었다. 아이는 눈빛이 흐려지고, 희망이 사라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며, 감정의 폭풍 속에서 홀로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이름은 태민이었다. 태민은 벌써 몇 주째,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 했고, 그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오늘, 그의 눈빛이 어딘가 깊은 곳에서부터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이곳에서의 첫 번째 목적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태민은 조심스레 박람회의 입구로 향했고, 눈앞에 펼쳐진 신비한 풍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빛들이 춤을 추며, 각종 감정의 잔해와 조각들이 쌓여 있었다. 한쪽에는 ‘기쁨의 잔해’라는 이름이 새겨진 작은 장이 있었다. 설레임과 호기심이 마음속을 채우던 찰나, 태민은 조용히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 부드러운 미소를 띤 안내자가 느리게 걸어와 말을 건넸다. “이곳은 기쁨의 잔해입니다, 아이. 잃어버린 기쁨을 조금씩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죠. 여기서 잠시만 머물러 보세요. 기쁨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와 생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안내자는 따뜻한 목소리로 설명하며, 긴 손가락으로 작은 유리병들 사이를 가리켰다. 병 안에는 형형색색의 빛들이 반짝이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여운을 주었다. 태민은 조심스럽게 병들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빛들이 점점 흐려지고 사라지는 모습에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그러나 그 안에 잠든 어떤 깊은 감정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태민은 그동안 잃어버린 기쁨이 정말 무언가, 어디에 있었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그것을 조금씩 찾아가기 위한 의지를 느끼기 시작했다. 부스의 안내자는 아이의 눈빛을 알아챘으며, 조용히 말했다. “기쁨은 늘 우리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감정입니다. 잃어버린 기쁨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에도 웃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필요하죠.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이 빛들도, 그 작은 소리들도, 모두 기쁨의 흔적입니다. 너는 이미 오래전 잃어버린 기쁨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러면서 안내자는 태민에게 작은 손전등을 건네었다. 손전등은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빛을 모으거나 비추는 역할을 했다. 태민은 조심스럽게 손전등을 들고 병들어 흐려진 빛들을 다시 비춰보았다. 처음에는 희미하게만 보였던 빛들이 조금씩 선명해지며, 온화한 황금빛과 흰 연기 같은 기운들이 그의 눈앞에 피어올랐다. 그 순간, 어린아이의 마음 속에서 빠져나오던 어둠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대신 어딘가에서 끓어오르는 작은 기쁨의 기억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감정의 잔해 사이로 비치는 빛은, 태민에게 ‘다시 한번 웃어보라’는 소리를 전하는 것 같았고, 한때 잊은 듯했던 작은 자존감이 차오르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태민은 자신이 잃어버렸던 작은 감정을 하나씩 느끼기 시작했다. 흐릿하던 기억들이 조금씩 구체화되며, 지금 이 순간이 그의 눈앞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순수한 기쁨’이었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작은 꽃, 새벽의 산책, 친구와의 짧은 웃음, 이런 것들이 태민의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가만히 손전등의 빛을 조심스럽게 조절하며, 자신의 내면에 흐르던 심연의 어둠 속에서 살아 숨쉬는 기쁨의 파편들을 다시 맞춰 가기 시작했다. 그때, 박람회 안내자는 조용히 태민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너는 조금씩 잃었던 기쁨을 회복했어요. 이제는 네가 잃어버렸던 것들의 가치를 조금씩 기억할 수 있게 되었죠. 기쁨은 언제든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요. 네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것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빛은 반드시 다시 피어나게 될 거예요.” 이 말은 태민의 심장에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이미 그의 눈빛은 그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고, 이제는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결의가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작은 순간이 끝이 아니었음을 태민은 알았다. 이곳은 결국, 감정을 다시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점이었다. 한 구석에는 아직도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 있었고, 또 다른 기쁨의 잔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민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찾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었다. 박람회의 신비로운 빛이 점점 더 그를 감싸고, 앞으로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어떤 감정을 다시 만나야 하는지, 마음속 깊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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