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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지도에서 사라진 영역은 믿음이 자리했던 곳이었다

감정의 지도에서 사라진 영역은 믿음이 자리했던 곳이었다

그림자가 드리운 오래된 숲속에서, 작은 마법 박람회의 문이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주히 걸음을 옮기며 잃어버린 감정을 찾기 위해 모여들었지만, 이곳의 진짜 이야기들은 흔히 눈에 띄지 않는 미로 같은 곳에서 펼쳐졌다. 그 미로의 중심에는 ‘믿음’이라는 감정이 자리했고, 그곳에 도달한 자들은 흔히 자신의 내면 깊숙이 감춰졌던 세상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찾은 이곳은, 감정을 잃어버린 자들의 심장을 다시 뜨겁게, 희망스럽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공간이자 도전의 장이었다.

이 미로는 단순한 곳이 아니었다. 감정을 잃는다는 것은 인간 존재의 핵심을 잃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생전에 한 번쯤은 이곳을 찾으러 왔다. 어렴풋이 느꼈을 때, 그들이 찾기 시작하는 순간, 미로는 눈 깜짝할 새 펼쳐지는 어둠과 빛의 계곡처럼 변화하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이 미로의 입구에는 몇몇 사람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중에는 아직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이도 있었고, 이미 어떤 감정을 잃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채 망설이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이 미로의 진실을 찾으려 애썼고, 그 안에서 자신을 조우하는 순간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미로의 복잡한 통로를 지나며, 한 사람은 잃어버린 것의 정체를 곱씹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준호. 평생 내성적인 성격과 적막한 일상에 젖어 살던 그는, 어느새 마음속에 딱딱한 벽이 세워졌음을 느꼈다. 사랑, 슬픔, 희망, 공감—이 모든 감정들이 그의 마음속에서 사라졌고, 그는 그 사실조차 몰랐다. 그러나 어느 날 밤, 꿈속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속삭였다. “믿음이 사라졌어. 네가 무엇을 믿든 간에, 그것이 네 존재의 뿌리였건만…” 이 말에 준호는 갑작스럽게 미로 속으로 뛰어들었다. 믿음이 없으면 감정이란 실체 없는 그림자처럼 느껴지는 것임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미로의 벽을 따라 걸으며, 이내 ‘용기의 부스’와 ‘그리움의 미로’라는 이름의 구역들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용기의 부스에서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기는 위험보다 더 강한 믿음에서 나온다.” 그러나 준호에게는 그 목소리조차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용기가 없었나?’라는 의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움의 미로는 또 다른 세계였다. 희미한 빛 아래에서, 그는 잃어버린 친구와의 추억을 회상하기 시작했지만, 감정이 없으면 그리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곳에서 그는 깨달았다. 감정이 사라지면,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마저 희미해진다. 그저 공허한 존재만 남는 것이다.

하지만 미로는 차분히 그를 이끄는 듯했다. 바로 그 때, 벽 속 작은 빈 공간에 무언가가 반짝였다. 준호는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는데, 그것은 이상하게도 믿음의 조각 조각들이었다. 각 조각들은 매우 정교했고 신비로운 빛을 내뿜었다. 그 조각들이 모이면, 그의 손에 ‘믿음’이라는 감정의 본질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믿음은 단순히 어떤 것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가장 원초적인 힘이었다. 믿음이 있었다면 감정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믿음을 잃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미로의 더 깊은 곳으로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가 미로 전체에 걸쳐 만난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사연을 품고 있었다. 어떤 이는 상실의 슬픔 속에서 믿음을 잃었고, 또 다른 이는 불신의 벽에 부딪혀 자신을 버렸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은 ‘믿음’을 잃었기 때문에 감정을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다시 찾기 위해, 그들이 싸워야 했던 것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두려움과 의심이었다. 미로의 깊숙한 곳을 헤치며, 모든 참가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무엇을 믿고 싶은지 질문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준호는 끝없이 펼쳐지는 이 미로를 빠져나오는 길목에서 결국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신념의 틀’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이 무언가를 믿거나 확신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이 허상이고, 결국엔 배신당할 것’이라는 깊은 불신이었다. 그러나 그 조각들을 다시 모은 순간, 준호는 깨달았다. 믿음이란 자신을 넘어선 어떤 광대한 힘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먼저 믿고 받아들이는 마음이었음을. 이 믿음을 통해 감정은 다시 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미로의 더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그 무엇이, 그의 믿음을 완전히 회복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의심이었다.

그때, 미로의 중심부에서 빛나는 문이 열렸다. 그 뒤에는 믿음의 궁극적인 낙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준호는 망설임 없이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문턱에서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미로의 벽들이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믿음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며, 그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의심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고난과 깨달음을 마음속에 새기며, 앞으로의 여정을 결의했다. 믿음을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진짜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던 새로운 차원의 감정들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에 남아 있었다. 미로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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