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눈을 감아보면, 걱정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천막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 것 같다. 그 천막은 끝없는 어둠과 희미한 빛이 교차하는 안개 속에 펼쳐졌고,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일을 들여다보며 오래된 걱정을 차곡차곡 접어 넣고 있었다. 마치 무한한 시간의 틀 속에서 잠들어 있는 듯한 이 천막은 세상 모든 미묘한 감정들이 숨쉬는 공간이었으며, 결국 그 안에 자리한 감정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돕는 미지의 힘이 느껴졌다. 내일이란 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잊혀진 종이 쪽에 적혀 있었고, 대신 지금 여기, 이 걱정의 천막 속에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 속에 묻혀 자라는 내일의 불투명한 햇살을 관찰한다.
내일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거운 짐이 된 걱정이, 오히려 어떤 질문인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잠시 일시정지 상태에 놓이는 것과 같다. 나는 천막의 중앙에 서서, 천천히 눈을 감으며 그 안에 존재하는 긴장과 불안들의 진정한 본질을 느끼기 시작했다. 걱정들은 어딘가에 떠돌며 벌떡 일어나고, 또 다시 사그라들기를 반복했지만, 이곳에서는 무언가 더 존재하는 것 같았다. 걱정들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는 것, 그 뒤에는 희망과 용기, 그리고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의 맥박 소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순간, 한참 동안 잠들어 있던 망상들이 하나둘씩 깨워졌고, 천막 안은 조용히 요동쳤다. 이 조용한서늘한 공간은 알 수 없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소리들은 걱정이 만든 복잡한 감정의 망토를 조만간 벗겨내기 위한 침묵의 언어였다. 천막 구석구석에 흩어진 작은 빛점들이 떠다니며 빛을 내고 있었고, 그 빛들은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감정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걱정을 매듭지었던 끈을 푸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불확실성의 실타래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어둠 속 마지막까지 자신의 내일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걱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성실히 마주하는 과정과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의도하지 않게 우리를 몰아가고, 끝이 보이지 않던 곳에서 결국에는 하나의 길을 찾아내도록 돕는, 이른바 ‘내일의 그림자’였던 것이다. 천막 속의 조각들은 어쩌면 우리 삶의 축소판일지도 몰랐다. 감정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춤은 지나고 나면 또 다른 감정을 품게 하는 마법 같은 순환이었다. 여기서 나는 또 한 번, 내 걱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고요함 속에서, 그리고 그 무한한 잠잠함 속에서, 내일이란 결국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이기도 한 것이다.
이윽고 천막 천장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내게 무언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했다. 세상이 아직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즉각적인 순간, 나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걱정이란 무거운 짐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라난 씨앗들이 자라길 기다리는 작은 생명체와 같다는 것. 그 뜻을 깨달은 순간, 천막은 더욱더 깊은 깜깜한 어둠으로 물들었고, 내 마음속에 끝없는 가능성과 함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아직 열리지 않은 문 위에 앉은 나를 보여주는 듯 했다. 난 지금 여기서 멈췄지만, 내내 꺼지지 않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그 질문이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또 다시 걱정을 마주할 용기와, 그 속에 숨겨진 작은 희망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천막은 더 무대 위를 연상케 했다. 수많은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졌고, 그 그림자들이 내게 속삭이는 듯 했다. 나는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다짐했다.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그것이 내일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퍼즐 조각임을 인정하며, 오늘 밤, 이 천막 안에서 내일을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그 조용한, 그러나 강렬한 마음의 결단과 함께.
바람이 살짝 불어오며 천막 안의 갖가지 감정들이 흩어지고, 어느새 새벽의 빛이 슬며시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희미하지만 확실한, 아직은 희망의 불씨인 빛을 맞이하며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정들은 하나의 색채를 이루며 교차했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걱정이라는 천막 안에서 조용히 잠든 내일은 언젠가는 깨어나 이 세상에 퍼져나갈 것이며, 그 속에서는 용기나 사랑, 그리움, 자존감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이 걱정의 천막 너머에 숨어 있는 무수한 가능성과 함께, 또 다른 시작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은, 결국 새로운 시작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렇기에 나는 믿었다. 내일은,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