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웃게 만든 건 웃음 부스의 어설픈 광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희미하고 따뜻한 빛줄기처럼,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순간에, 내 안에 깃든 잊혀졌던 감정들이 하나씩 다시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기 위해 이 마법 박람회로 들어왔다. 이곳은 단순한 감정 회복의 공간이 아니었다. 감정을 잃어버린 영혼들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깊숙한 곳과 만나게 해주는 신성한 파수꾼들이 모인 곳이었다. 차가운 공간 속에서 나는 서서히 자극받은 감정의 파편들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웃음 부스에서 벌어졌다. 그 광대는 손에 들린 풍선과 사탕껌, 그리고 과장된 표정으로 웃음을 유도했지만, 그의 어설픔조차도 어느새 진심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가 저마다의 웃음을 끌어내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고, 때로는 누군가는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의 부스에 늘 따라붙던 소란스러운 광대의 조잡한 광대가 아니라, 눈빛 속에 감춘 사연을 읽어내는 섬세한 감정의 교감이 시작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태양빛이 은은하게 스며들던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웃음이 단순히 표면적인 감정의 표현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 웃음은 어쩌면 잃어버린 마음의 일부를 되찾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강력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잊힌 감정들이란, 바로 나를 잃어버린 순간들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릴 적 웃음은 순수했고, 세상은 단순했으며, 마음은 맑았다. 그러나 성장의 파도와 함께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감정을 내팽개쳤고, 그리하여 감정들이 저마다의 의미와 연결고리를 잃으며, 결국엔 어떤 감정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또 어떤 감정은 차가운 벽망 속에 깃들게 되었다. 이 박람회는 그런 감정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하고, 다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자꾸만 잊고 싶었던 감정의 실타래를 잡아올리며, 다시금 웃음이라는 감정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만난 또 다른 인물은, ‘그리움의 미로’의 안내자였다. 그녀는 낮게 깔린 음악과 은은한 향기 속에서 한 송이 꽃처럼 조용히 서 있었고, 내가 다가오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미로는 잊혀진 추억과 감정을 찾아가는 곳입니다. 당신이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슬쩍 살펴보세요. 가끔은 잃어버린 감정을 찾기 위해선, 그 감정을 가장 간절히 원했던 이유를 떠올려야 하니까요.” 그녀의 말은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웠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움은 흔히 사랑하는 사람이나 잃어버린 시간, 혹은 지나간 순간에 대한 아련함으로 표출되지만, 그 속에는 또한 한편의 기다림과 희망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미로를 걷는 동안, 나는 잃어버린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되살리고,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 감정은 때로는 너무나도 아프고, 또 때로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그러나 미로의 끝자락에서, 내가 찾은 것은 바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었던, 잊혀지지 않는 따뜻함’이었다. 내게서 오랫동안 숨겨졌던, 그 누구도 대신 채워줄 수 없었던 가장 소중한 감정을 만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감정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통해 나는 점차, 감정의 다채로움과 존재 이유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잃었다는 것은 결코 치명적인 일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것이 없었던 시간들은 어느새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타임캡슐처럼 존재하는 것임을. 그러면서 나는 감정을 다시 깨우기 위한 ‘감정 표현 교육’ 코스를 받아들였다. 강사의 손쉬운 강의는 때로는 유아교육의 수준이었지만, 그 속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깊은 진리가 담겨 있었다. 감정은 단순히 표정이나 말투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와 심장의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지는 것이다. 강사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첫걸음으로 꼽았고, 내가 주저하던 순간마다 다정한 눈길과 함께 말했다. “당신의 감정을 인정하세요. 그것이 바로 인간다운 삶의 시작입니다.”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고,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존감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세워나가기 시작했고, 그것이 내 인간관계의 근간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이 박람회는, 잃어버린 감정을 찾고 회복하며, 인간이 지니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감정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축제였다. 나는 이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숨겨진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알았다. 그중 한 명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깊은 상처를 감춘 고독한 그림자였고, 또 다른 이는 온몸으로 느낄 수 없는 슬픔을 가슴속에 묻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어우러진 감정들의 향연은 결국 모두 자신을 위한 치유의 과정임을 깨달았다. 나는 계속해서 그 감정과 마주하며, 자신의 내면을 정화하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는, 이 감정의 숲속에서 내가 미처 몰랐던 진실된 웃음과 사랑, 그리고 용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잃었던 감정이 새롭게 피어나게 될지, 아직은 미지의 세계이지만, 확실한 건, 이 감정의 여행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