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회랑에 들어서자, 사라진 목소리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소리였지만, 점차 공기 속에 섬세하게 퍼져나가며, 마치 잃어버린 기억들의 잔상처럼 들렸다. 그 목소리들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으며, 동시에 모두의 것이었다. 그것은 고요한 밤하늘에 남은 미묘한 별빛처럼, 잊혀졌던 감정들이 만들어낸 조각들이었다. 회랑의 벽은 투명한 유리로 덮여 있었고, 흐릿한 빛이 곳곳에 스며들어 이중적인 빛의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곳은 감정들이 미궁처럼 얽혀 있는 곳, 자아와 기억의 침묵 속으로 이끄는 미로였다. 이 극단적인 공간의 중심에 선 이는, 감정을 잃어버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곳에 발을 딛자마자, 온갖 감정들이 교차하는 기운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 때로는 희망의 불꽃이 되살아나는 듯한 찬란한 빛이 번쩍이고, 때로는 깊은 슬픔의 그림자가 차츰 짙어졌다. 이 모든 감정들은 각각의 목소리로 속삭였는데, 그들은 서로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채, 자신의 이야기를 부드러운 음성으로 흘러가게 했다. 이때, 나는 깨달았다. 이 회랑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 감정을 감추고 잃은 이들이 다시 찾기 위한, 수많은 감정의 단편들이 춤추는 장소였다. 그리고 이 목소리들은 바로 그 감정들의 원초적인 흔적,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이었다. 그러나 이 목소리들은 단순한 울림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긴 시간 동안 잊혀졌던 감정의 깊이와, 숨겨졌던 상처, 그리고 희망의 조각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 목소리들이 속삭이기 시작한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의 음성은 각기 다른 감정을 담아, 나에게 말을 건넸다. “나는 기쁨이었지만, 이제는 잊혀졌어요.” “나는 슬픔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사라졌어요.” “내가 사랑했던 그것은, 그리움이었어요.” 이들은 자신을 부르던 감정의 이름조차 잊은 채,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한 목소리로 울리고 있었다. 그 뒤로는 미묘한 긴장과 애타는 기대감이 교차했으며, 이들의 목소리 속에서 나는 감정의 다양한 층위를 한 겹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때, 하나의 강렬한 목소리가 밤하늘을 가르며 속삭였다. “나는 용기였던 것, 하지만 끊임없이 두려움에 가리워졌어요.” 이 말은 조용한 정적 속에서 들려왔고, 나는 그 말에 이끌려 미로의 중심부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용기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 목소리의 울림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감정이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왜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잃어버릴까? 그리고 그 Lost 감정을 다시 찾기 위해선 어떤 여행이 필요할까? 나는 밀려오는 질문들의 파도 속에 빠져들었다.
곧 나는 한 차례의 망설임 끝에, 회랑에 자리 잡은 오래된 거울을 바라봤다. 그것은 감정들이 담긴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나의 내면을 비추는 것 같았다. 거울에 비친 나는 눈을 감았다 뜨며, 내 안에 숨겨졌던 감정들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떨림과 희망, 설렘과 두려움이 복합된 감정들은 나의 심장을 울리고, 동시에 옅은 미소를 짓게 했다. 감정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다시 찾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일부분을 다시 만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 여행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결국, 감정을 되찾고 연결되기 위한 공동의 여정임이 분명했다. 그 속삭임과 간절함 속에서, 나는 또 하나의 감정을 찾기 위한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회랑은 잔잔한 빛의 파동에 휩싸였고, 공간이 예기치 않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목소리들은 갑작스럽게 더욱 또렷하고 강렬한 울림으로 바뀌었으며, 이들이 품고 있던 비밀과 상처들이 한 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서 한편의 희미하지만, 너무도 선명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그것이 바로, 잃어버린 감정들이 모인 이곳의 본질, 즉 ‘감정의 근원’이었으며, 감정을 잃게 만드는 진정한 이유를 찾는 핵심이었다. 회랑의 깊은 곳에서 빛나는 빙글빙글 도는 소용돌이와 함께, 나의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새로운 결의는 끝없는 열정으로 가득 차올랐다. 지금은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이 감정의 미로는 나를 어디로 이끌지, 그 방향을 찾는 일이 곧 시작될 것임을 예감하며, 나는 앞으로 내딛을 발걸음을 단단히 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