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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의 거울에서 아직도 대답하지 못한 질문을 보다

망설임의 거울은 언제나 그렇듯이 차갑고 맑았고, 그 속에 비친 모습들은 어딘가 애매모호한 빛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 거울 앞에 선 사람들은 누구든 가볍게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으며,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의 조각들을 찾기 위해 속삭이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 이 거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다. 그의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특별한 무언가를 품었고, 그의 눈빛은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 남자는 ‘민준’이라는 이름의 청년으로, 오랫동안 자신을 둘러싼 감정의 정체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자존심, 용기, 사랑, 슬픔, 그리움, 두려움 등 수많은 감정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출렁였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노트북이 들려 있었는데, 그것에는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려고 쓴 수많은 메모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완벽히 정리된 감정을 찾지 못했고, 차라리 이 감정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하며, 그는 망설임의 거울 앞에 섰다.

“내가 잃어버린 감정은 무엇일까?” 민준은 속으로 되뇌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거울은 이내 차가운 빛을 발하며 반사된 그의 모습에 다양한 색채와 무늬를 드리웠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천천히 이끌려 들어갔다. 그가 본 것은 감정의 미로였으며, 수많은 갈래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각각의 길목에는 용기와 두려움, 사랑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기억들이 흩어져 있었다. 민준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해 그 감정을 마주하려 했다. 하지만 망설임의 거울은, 아직도 그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왜 네 감정을 잃어버렸을까?” 이 질문은 뭔가 단번에 답하기 어려운, 심오한 의문이었다. 민준은 잠시 망설임을 느끼며,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에게 있어서 감정은 늘 떠나거나 묻히기 쉬운 것들이 아니었으나, 그는 늘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숨기거나 잃어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했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만의 감정을 내버려 두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울 앞에서 그의 마음은 어딘가 찡한 아쉬움과 동시에 희망의 끄트머리를 잡으려는 본능적 욕구로 가득 차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점점 더 선명하면서도 모호한 형상으로 변해갔다. 민준의 눈앞에는 ‘잃어버린 감정들의 숲’이 펼쳐졌고, 그 속에서는 한때는 강렬하고도 순수했던 ‘용기’가 무거운 나무로 우뚝 서 있었으며, 심연 속에 잊혀졌던 ‘그리움’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흐드러지고 있었다. 그는 그 중 하나를 잡기 위해 나아가려 했지만, 동시에 또다른 감정들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해하기 힘든 긴장감에 사로잡혀, 결국 거울 앞에 무력하게 서서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건네기 시작했다.

“내가 감정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민준은 목소리도 가라앉히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거울의 표면은 빛을 흩뿌리며 일렁였고,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알게 모르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여정임을 깨달았다. 이 질문은 단순히 감정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망설임의 거울은 또다시 차갑고 투명한 표정을 유지하며, 깊은 곳에 숨겨진 잊힌 감정을 하나씩 드러내는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은 알 수 없는 희망과 긴장감이 뒤섞인 감정을 품고, 마침내 심장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게 된다. 그가 선택하는 길은 무엇일까, 아니면 지금은 아직 알 수 없는 미지의 차원일까? 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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