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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의 동굴을 지나며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기 시작했다

미움의 동굴을 지나며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기 시작했다

그날은 하늘이 잔잔한 회색빛으로 물든 오후였다. 감정의 잃어버림을 찾는 수많은 이들이 모인 박람회장 한 구석, ‘미움의 동굴’이라 불리는 깊고 어두운 공간이 있었다. 그곳은 벽과 바닥, 천장이 모두 어둠과 그림자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안은 차분하면서도 묘하게 느린 시간의 흐름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 들어선 순간부터 무언가 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떨림과 긴장이 섞인 감정이 일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미움이란 감정을 극복하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곧 그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릴 적 겪은 무시와 상처, 어른들의 무심한 말들이 미움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나는 그 감정을 내 안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꾸만 용서는커녕 회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고,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하나는 ‘내가 너를 미워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또 하나는 ‘그 미움 속에 숨어 있는 너의 진짜 감정을 찾을 수 있다’고 속삭였다.

이제 나는 천천히 벽에 기대어 서서,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움의 감정을 직면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직면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기억을 떠올렸다. 어깨를 움츠리며,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준 순간, 또는 내 자신이 너무 약해서 미워했던 순간들. 그 안에는 분노와 슬픔, 자책이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끄집어졌고,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미웠다’, ‘그때 나는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이 미움은 나의 일부분이었다’라는 인식을 통해 나는 미움과 화해하는 길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도 긴 여정이었다. 용서는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미움이라는 강고한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벽으로 만든 둥지 같은 미움이 내 심장을 꽁꽁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감정을 발견하였다. 바로 ‘약함에 대한 두려움’과 ‘버림받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의지’였다. 그 두 가지 감정은 미움 뒤에 숨어 있었고, 나는 비로소 그 감정들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해왔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 미움의 동굴 안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희미하게 빛나는 미묘한 색채였으며, 바로 내가 내면 속에 잠들어 있던 ‘용서’였다. 용서를 향한 작은 싹이 조금씩 움트는 모습이었다. 나는 호흡에 집중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그 빛을 따라갔다. 그리하여 나는 깨달았다. 미움은 나를 상처 입혔지만, 동시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용서는 그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결국, 미움의 동굴을 지나며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고,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움이 나의 일부였음을 인정하는 용기였고, 그 용서의 힘으로 내 마음이 점차 가벼워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나는 미움의 벽 너머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길은, 자신과의 진정한 화해와 성찰, 그리고 희망의 빛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내게 다가오는 새벽 햇살처럼 희망의 빛을 느꼈다. 또다시 떠오른 두려움과 미움이, 이젠 조금은 덜 두렵고 덜 무섭게 느껴졌다. 내가 이 길을 걸으며 얻은 것은 단순한 용서의 의미를 넘어, 자기 자신을 용감하게 받아들이는 용기였다. 그것은 바로 모든 감정이 우리 인간의 깊은 일부임을 인정하는 것이며, 그 감정들을 통해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성숙해지고, 또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신뢰의 시작이었다.

그 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켰고, 미움의 동굴로부터 조용히 떠나왔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나는 심장이 한층 더 평온하고, 세상이 더 맑게 느껴졌다. 이 경험은 단순히 미움이라는 한 감정을 넘어서, 내 삶 전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용기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여정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마주할 countless 감정의 도전 앞에서도, 미움이 나를 막지 않도록, 용서와 이해로 채우겠다는 다짐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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