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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거울방에서 내가 외면했던 얼굴과 마주하다

부끄러움의 거울방에서 내가 외면했던 얼굴과 마주하다

잔잔한 햇살이 비추던 어느 날, 사람들은 ‘잃어버린 감정 박람회’의 특별한 공간들 가운데 하나인 ‘부끄러움의 거울방’에 들어섰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자신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감정들의 자취를 감추지 않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신비로운 방이었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방 안은 차분하면서도 미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벽은 거울로 가득했고, 그 거울들은 각각 자신이 회피하거나 두려워하는 얼굴을 비추는 듯 있었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나는 쉽게 외면했던 나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 눈앞에 비친 거울은 한편으로는 알아보지 못할 얼굴을 보여주었지만, 곧 내가 숨겨두었던 감정들의 흔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작은 미소와는 달리, 그 속에는 죄책감이나 두려움, 한없이 부끄러움이 스며 있었다. 나는 얼굴을 돌리고 싶었지만, 몸이 마치 묶인 듯 움직임이 굳어버렸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은 겉모습으로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내 내면의 불안과 떨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 얼굴을 바라보았고, 결국 눈물이 좁혀오는 것을 느꼈다.

이 얼굴은 내가 잊고 싶었던 과거의 나에 대한 기억이었다. 어린 시절, 누구에게서도 쉽게 다가갈 수 없던 작은 부끄러움, 아니, 사실은 내가 용서하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나는 그 얼굴과 마주하면서 수많은 감정을 몰아내고 싶었지만, 동시에 치유와 이해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거울 속의 나는, 마치 오래 잠들었던 감정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했고, 그을음에 가려졌던 감정들이 조금씩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거울 앞에 서 있는 동안, 방 안의 공기는 점차 조용해지고, 어느새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만들어낸 가면이 깨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주위가 어둡게 흐려지고,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결국, 나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눈물은 부끄러움을 감싸고 있었던 벽을 허물고, 진실한 나 자신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거울은 점차 흰빛으로 변했고,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또 다른 내 모습, 용서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얼굴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순간은 자신과의 깊은 대화였으며, 단순히 외면했던 얼굴과의 작별이 아니라, 그 얼굴을 포용하는 과정이었다. 숨겨진 감정을 인정하고 나서, 나는 비로소 부끄러움과 친밀한 언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방 안은 평화로움과 동시에 찬란한 빛으로 채워졌고, 나는 그 빛 속에서 다시 태어난 듯한 기운을 느꼈다. 내가 잃어버렸던 감정, 특히 두려움과 부끄러움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제 자리를 찾았고, 그것들이 만들어낸 조각들은 나의 일부가 되어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거울방 문이 열리면서 새로운 빛이 방으로 쏟아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가 된 내 자신을 바라보았다. 내면의 어둠과 은밀한 감정들이 밝은 빛에 용기 있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진정한 용기란, 숨기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움을 직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방 안의 평화와 함께,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멀리, 여전히 빛이 희미하지만 희망적인 빛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이제껏 내가 숨겨왔던 내 얼굴을 진심으로 마주하며 다음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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