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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던 순간 무언가 비워졌다

감정의 잃어버림과 찾음의 여정

그날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온갖 색채가 서로 어우러지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길게 늘어선 줄에 기대어 기다리면서도 짧은 미소를 터뜨렸고,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은 이곳이 특별한 공간임을 알기에 기대에 차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던 감정 박람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사랑의 풍선’이었다. 그 풍선은 순백의 리본 끝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작은 풍선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풍선으로 번쩍이며 하늘 높이 떠올라 가는 광경이었다. 그날, 누구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풍선에 손을 뻗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민수였다. 그는 오랜 시간 기다리며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바로, 오래전 잃어버린,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눈가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고, 마치 하늘로 떠 올라가는 풍선처럼 그의 마음도 하나씩 늘어가던 감정들을 담고 있었다. 그 순간, 민수는 풍선의 끈을 잡아당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강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하늘 높이 떠오른 사랑의 풍선이 어느 순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하늘로 사라지고 말았다. 풍선이 날아가는 찰나, 민수는 뭔가 매우 묵직한 공허함에 휩싸인 것을 느꼈다. 그 비움이란 감정이, 그 무게감이 단순한 허전함을 넘어서, 사라졌던 기억과 감정을 깊이 끌어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풍선이 하늘에 흩어지는 모습은 일종의 인간의 정서와 소통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 순간 민수는 자신 속에 존재했던 어떤 것—바로 사랑에 대한 희망이, 기대와 함께 함께 떠났음을 직감했다. 그 일은 민수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초연한 순간이었다. 감정이 떠올랐다가, 어느새 사라지는 것, 그것은 단순한 기분의 소멸이 아니라, 삶의 화해와 연결,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를 잠시 귀에 담아내는 일종의 영혼의 여행이었다. 민수는 풍선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잠시 동안만이라도 눈을 감고 숨을 깊이 쉬었다. 그에게서 감정이 사라지고 비워졌던 그 순간은 어쩌면 자신이 가장 궁금해하던 감정의 존재 이유와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몰랐다. 비움 속에서 그는 잊혀졌던, 잃어버린 사랑의 단편들을 떠올리기 시작했고, 그 감정들이 다시금 마음 깊이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자신의 욕망에 새로이 눈뜨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의 신비로움은 더 깊은 곳에서 숨어 있었다. 감정은 언제나 움직인다. 때로는 평화롭게,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우리를 흔들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진다. 그러나 그 사라짐은 곧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작점이었다. 민수는 느꼈다. 풍선 하나가 사라질 때, 그는 눈앞에 한 겹씩 벗겨지는 그림자와도 같은 감정들의 층을 목격하는 것임을. 그 풍선이 떠날 때마다, 그의 내면에는 잊혀졌던 그리움과 희망, 용기와 슬픔이 하나하나 의미를 갱신하며 다시 깃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기억 이상의 것이었다. 감정이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순리였으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박람회의 한 켠에서 나타난 노인이 있었다. 검은 모자와 겉옷 차림으로, 그의 눈빛은 깊고도 맑았다. 그는 창백한 손 끝으로 민수의 어깨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감정이라는 것은, 가장 자연스럽고도 복잡한 존재의 일부요. 우리가 잊고 싶어도, 그것이 사라진 적이 없단다. 그냥, 가만히 기다릴 줄 아는 용기만 있으면 돼.” 이 말은 민수에게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감정의 사라짐이, 사실은 자신이 감정을 재정립할 기회였음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감정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이 과정 속에서, 오히려 그는 자신의 진짜 감정과 마주할 용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민수는 박람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간군상과 마주쳤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 잊어버린 사랑을 간절히 찾았고, 또 누군가는 깊은 슬픔 속에 갇혀 있었으며, 어떤 이는 자존감의 벽 앞에 길을 잃은 나그네처럼 서 있었다. 여기에선 감정의 유형, 존재 이유,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섬세하게 전개되었다. ‘용기의 부스’에서는 두려움을 감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그리움의 미로’에서는 지난날의 기억을 직면하는 용기를 나누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람들은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수줍은 감정을 끌어내는 법을 터득했고, 더 나아가 각자의 감정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익혔다. 자존감이 낮았던 이들에게는 작은 칭찬 한마디, 진심 어린 관심이 감정을 다시 끌어올리게 했다. 이렇게 감정들이 하나둘씩 다시 깃들기 시작하는 가운데, 민수는 느꼈다. 감정이란 단순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의 의지로, 때로는 단순한 인연으로 잡혀지는 것임을. 그것이 자연스럽게 돌아오기 위해선, 먼저 마음을 비우고, 그 비워진 자리에서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잊혀졌던 감정들이 다시 돌아오는 희망을 품었다. 이 감정의 여행은, 흡사 미로와도 같았다. 미로를 헤매면서 방향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로를 이해하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었으며, 그 속에 숨어든 어둠은 곧 빛이었음을, 자신이 가진 감정의 다채로움이 곧 인간 존재의 깊이임을 깨닫게 했다. 결국, 하늘을 향해 떠올랐던 사랑의 풍선이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민수는 미소 지었다. 풍선이 떠나간 길을 되돌아보며,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아마도, 감정이 사라지고 비워졌던 그 순간이 이제야 비로소 시작인 것 같아.” 그와 함께 박람회를 둘러싼 그윽한 공기 속에는, 앞으로 그들이 맞이할 감정의 무한한 가능성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감정이 사라지고 충만해질 또 다른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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