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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분노의 정원이 붉게 피어나는 것을 보게 된 날

잊혀진 감정의 정원, 붉게 피어오르던 그날

하늘은 흐리게 무거운 구름들로 덮여 있었고, 바람은 때때로 쓸쓸한 소리를 내며 도시의 거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감정을 잃어버린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감정 박람회’의 한 구석, ‘잊혀진 감정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었다. 그 정원은 일종의 신비한 힘에 이끌려, 사라졌던 감정들이 다시 한 번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감정들이잊혀졌다는 것은 모두가 그저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고, 사실은 잃어버린 감정을 다시 찾기 위한 시간적, 공간적 은유였다. 그러나 오늘, 이 정원은 비단 은유가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하는 생생한 공간이었다. 붉은 빛이 도는 꽃들이 온통 정원을 가득 채우며, 그 너머에서는 잊혀진 분노의 정원으로 불리는 그 장소가 희미한 빛을 내며 소름 돋게 빛나고 있었다.

이 정원은 평화로움과 동시에 긴장감이 섞인 분위기였다. 정원의 중심부에는 오래된 돌계단이 있었고, 그 위에 단단히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숫자 ‘7’을 새긴 석조 기둥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잊혀진 감정을 다시 불러오는 강력한 상징이자, 이 정원의 핵심이었다.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정원을 거쳐가며, 자신도 모르게 잊혀졌던 감정을 되찾기 위해, 또는 그 감정을 완전히 잊기 위해 이곳을 찾곤 했다. 그 중 한 명인 알렉산더는, 생애 처음으로 이 정원을 찾은 참이었다. 그는 과거의 어느 순간, 끔찍하게 느끼던 분노와의 연대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를 안내하는 감정 안내원인 작은 요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 정원은,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거나 영원히 잊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오늘 우리는 ‘분노의 정원’이 붉게 피어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겁니다. 그것은, 바로 잊혀졌던 분노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알렉산더는 잠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심장 속에 자리 잡았던, 잊혀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었던 깊은 분노의 흔적을 떠올리려 했다. 그의 내면은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뒤섞였고, 이 감정의 부스에 들어서기 전, 그의 온몸에 새로운 각오가 서려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정원 내부로 들어섰다. 그 순간, 주변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공기 속에는 무언가 밀도 높은, 풍부하면서도 불안한 기운이 퍼져 있었다. 정원의 구석구석에 수많은 붉은 꽃들이 활짝 피어있었고, 꽃잎마다 기묘한 빛이, 빨갛고 검은 색조가 교차하는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접히지 않은 분노가, 말하지 않은 고통과 분노의 흔적들이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다. 이 때, 잊혀졌던 감정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알렉산더는 정원 한복판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목격했다. 붉은 꽃들이 형체를 이루며 불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마치 강렬한 불꽃이 떠오르듯 울고 뛰는 형상들이 보였다. 그 모습은 생생히 떠오르는 분노와 분리된 감정의 혼재였으며, 존재 자체가 작은 소용돌이처럼 파도치고 있었다. 그는 감정의 정원에 깃든 그 강렬한 붉은 빛을 눈에서 떼지 못했다. 이 모습은, 오래도록 잊혀졌던 감정의 근원, 즉 자신이 숨겼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분노의 정원’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그가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어렴풋한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오기 시작했다. 어릴 적의 작은 분노, 부모님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조그만 화, 아니면 내면에서 울부짖던, 감춰진 분노의 끓어오름. 그 분노는 결국 자신이 오랫동안 감추고 싶었던 진실이었으며, 동시에 자신의 일부였다. 이 붉게 피어난 분노의 정원은 그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그는 잠시 동안 이 감정들이 어떤 의미인지, 왜 잊혀졌는지 모르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부정하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그를 안내하던 작은 요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당신은 분노의 정원에 들어서서, 그것이 피어오르는 진짜 이유를 마주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당신에게 필요했던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순간, 당신이 선택하는 감정은, 당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 일깨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알렉산더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긴장된 숨을 내쉬면서, 붉게 피어난 감정들과 마주하기 위한 마음의 열쇠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잠자던 분노의 정원을 향해 한발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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