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빛이 부스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이곳은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게 하는 마법 박람회의 일부분, ‘자존감 부스’였다. 관람객들은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듯 들어와 자신감과 믿음을 다시금 세워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이 미로 같은 공간에서 자신을 펼쳐 보이는 용기를 길러갔다. 오늘 이곳에 입장한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확신이 필요했다.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힘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곧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찬란한 시작임을.
숲과 같던 문은 조용히 열리고, 내부는 예상보다 더 넓고 깊었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거울이 걸려 있었다. 그 거울은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했다. 그것은 바로 ‘믿음의 거울’,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창이 되었다. 사람들이 차례차례 거울 앞에 서면 모습이 흔들리고 변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처음엔 서툴었지만, 곧 자신의 설득력과 자기를 믿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 부스에 참가한 사람들은 각각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자신감이 없어서, 어떤 이는 끊임 없는 자기비판에 시달려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내면 깊숙이 자리잡은 불신과 두려움이었다. 그중 한 사람은 조용히 한 발씩 들어서서 거울 앞에 섰다. 그의 눈빛에는 연륜처럼 쌓인 상처와 동시에 희망이 엿보였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내가 나를 믿는다는 선언을 하러 왔어요. 내 스스로를 폄하하지 않고, 내 손을 잡은 채로 이 말을 내뱉고 싶어요.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시작이겠죠.”
그가 말하는 순간, 부스 안의 공기는 더 깊고 묵직해졌다.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그의 목소리는 여러 겹의 세상과도 같은 울림을 가졌다.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 그것은 곧 내 존재의 가치와 자존심을 인정하는 것.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나를 다시 찾는 길임을 믿어요.”
이 말을 들은 다른 이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상과 자신에게 기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만든 믿음으로 넘실대는 강물처럼 흐르는 자기 연민의 강을 건너는 용기. 그렇게 하나둘씩 자신을 향한 확신의 문이 열리고, 각자의 이야기와 진실이 부스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선언했다. “나는 나를 믿는다.” 이 단순한 말이 어찌나 힘이 되는지, 그 태극처럼 용솟음치는 자기 믿음이 곧 삶의 근간임을 깨달은 순간에 모두가 숨죽이고 있었다.
이 부스의 입장료는 묵직한 믿음의 선언, 바로 ‘내가 나를 믿는다는 선언이었다’. 한 번의 선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매일 반복되는 습관이자, 내면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시 일어서는 끈질긴 믿음의 행위였다.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는 과정은 항상 쉽지 않았다. 세상의 판단과 내면의 잡음이 끊임없이 부딪혀오았고, 그 틈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찾는 일은 고통스럽고도 고귀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부스에 모인 이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도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바로 ‘내가 나를 믿는 것’을, 그것이 자신감과 자존감의 핵심임을 깨닫는 것.
그러던 어느 순간, 거울 앞에 선 사람의 마음속에 작은 빛이 깜박였다. 그 빛은 차츰 확산되어, 그의 표정을 환하게 만들었고, 숨겨졌던 내면의 힘이 서서히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그 어둠 속에 잠자던 희망과 용기가 자신을 감싸 안기 시작했다. 이 작은 변화는 마치 무한한 가능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한조각의 퍼즐이 완성된 듯한 순간 같았다. 그러자 마치 표지판처럼 떠오른 문구가 있었다. “믿음을 선택하라. 그 길이 자존감의 문을 열 것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감정이 일시적으로 분출되거나 깊은 울림이 일어난 후, 부스의 공간은 다시 조용해지고, 그러나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평온이 흘렀다. 이 평온은 무거움이 아닌, 가벼움이었다.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자신을 만난 듯한, 무장해제된 자연스러움. 이 순간, 그들은 모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작은 개방의 문턱에 있었던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지, 누가 다시 문을 열고 자신을 믿는 선언으로 발걸음을 내딛을지 기대와 희망이 별빛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던 찰나, 부스의 끝에 자리한 큼지막한 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새로운 광경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