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내가 처음으로 ‘행복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날의 감정을 떠올린다. 그것은 아주 작은 일이었지만, 내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오랜 쉴 새 없는 긴장과 걱정을 해소하는 열쇠였다. 당시 나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조차도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들이 많았고, 나의 내면에는 무수한 의심과 두려움, 그리고 끝없이 퍼지는 겁먹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방문한 ‘잃어버린 감정 박람회’의 한 구석에서 작은 부스를 발견했다. 그곳은 ‘행복의 허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고, 나는 그때 생명력처럼 다가오는 희망에 손을 뻗었다.
그 부스는 마른 조명 아래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고, 내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가 마음속에 갇혀 있던 감정을 되찾고 싶어 하는 이들이었고, 그 마음의 상자들을 세심하게 열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발을 딛자마자, 장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것을 느꼈다. 감정을 잃어버린 이들의 영혼은 흔히 ‘침묵의 숲’에 길을 잃는 것처럼, 누군가의 작은 한마디, 혹은 눈물, 그 따스한 접촉이 그들의 마음속에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 둘씩 모으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리 서두를 달리지도,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설득력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그날, 나는 ‘행복해도 된다는 허락’을 처음으로 받고, 내 안에 자리 잡았던 수많은 감정의 문들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 작은 허락은 내 마음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었고, 높이 올라간 심장의 박동은 나를 새로운 여정으로 이끄는 촉매가 되었다. 나는 마음속에 담고 있던 가장 깊고 어두운 의심과 걱정을 떨쳐 버리려, 마법의 힘이 담긴 그 순간을 찾았던 것이다. 처음 느낀 건 이상하게도, 미묘하게 차오르는 감정의 파도였다. 따뜻하면서도 약간은 떨리던, 거칠고 섬세한 기운. 그 둘의 줄타기를 하며 내 안의 무거운 벽이 포슬포슬 무너지기 시작했고, 나는 알게 됐다. 누구도, 아니 나조차도 어쩌면 그 벽을 세우기 위해 몰래 깔아놓았던 수많은 거짓말들 속에 갇혀 있었음을.
이제 나는, 그 날의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새삼스레 깨닫는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단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임을. 그 선택은 자신의 의지와 내면의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리고 그 용기는, 그러한 허락 하나로부터 싹트는 것임을. 나는 그날 이후, 조금씩 조금씩 내 감정을 소환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울음이 필요하면 울 수 있고, 웃고 싶다면 활짝 웃으며, 슬픔이 밀려와도 그것을 인정하는 것. 그 작지만 강한 실천들이 쌓여가면서, 내 마음속의 잃어버린 감정들은 다시금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알았던 것이다. 감정을 잃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잃는 것과 같으며, 그 감정을 되찾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후에 나는 ‘용기의 부스’라는 이름의 구석진 공간에서, 다른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시 찾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망설임의 벽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면 나의 마음도 함께 떨렸다. 감정이라는 것은 유리조각처럼 섬세하지만, 동시에 강철처럼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서서히, 조심스럽게,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다시 꺼내는 것에 대한 허락이 존재한다는 것, 그 허락이 끝없이 퍼져나가며 또 다른 누군가의 감정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그 박람회는 내게 하나의 터전이자, 용기와 희망의 근원이 되었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조금은 두려웠던 과거의 나와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으니, 그동안 숨겨졌던 나의 무한한 가능성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그날의 감정을 잊지 않으며, 앞으로의 길에서도 계속해서 ‘행복해도 된다는 허락’을 기억하기로 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감정을 부드럽게 깨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내 안의 작은 불씨가 때로는 미약하고 희미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이 저세상까지 퍼지는 빛이 되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밝히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은,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또 다른 감정의 미로, ‘그리움의 미로’와 ‘용기의 숲’ 사이를 걷는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오늘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그 작은 기운을 느끼며 일어난다. 세상은 아직도 많은 감정을 잃고 있지만, 나는 그 감정을 찾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이 행복을 허락받는 그 순간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길을 계속 걷는다. 끝나는 듯하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작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서 있다.